성녀 잔 다르크, 영웅이 된 소녀를 만나는 프랑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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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lickr, Guillaume Mangeret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명인 성녀 잔 다르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백년전쟁 당시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군대를 이끌고 싸운 17세 소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프랑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거예요. 잔 다르크의 발자취를 좇아 프랑스의 아름다운 중세 도시들을 둘러볼까요?


성녀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과 신의 계시

성녀 잔 다르크는 1412년, 프랑스 동북부의 조그만 시골 마을 도레미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늘날에는 ‘도레미-라-퓌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처녀 잔 다르크의 도레미’라는 뜻이에요. 그녀의 부모는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이었죠.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잔 다르크는 어려서부터 경건한 신앙심으로 가득찼습니다.

글을 읽거나 쓰지는 못했지만 성녀 잔 다르크는 기도를 열심히 하고 성모 마리아를 깊이 공경했어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느 아이들과 달리 과묵하고 진지한 아이로 통했죠.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어머니에게 재봉을 배우며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그런 잔 다르크에게 13살 무렵, 신비로운 계시가 찾아옵니다. 성 미카엘, 성 카타리나, 성 마르그리트로부터 신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거예요. 그들은 잔 다르크에게 “오를레앙을 구하고 도핀을 랭스로 모셔가 대관식을 올려야 한다”며 신성한 사명을 부여했죠.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의 백년전쟁으로 국토 대부분을 빼앗긴 상태였고, 왕세자 샤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거든요.

처음에 잔 다르크는 망설였지만, 신의 계시는 계속해서 그녀를 설득했어요. “나는 주님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마침내 잔 다르크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죠.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의 계시를 믿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먼저 잔 다르크는 가까운 성인 보퍼르로 찾아가 영주를 만나 자신의 계획을 밝혔어요.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잔 다르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갔죠. 끈질긴 설득 끝에 드디어 보퍼르 영주를 만나게 된 그녀는 자신의 신성한 사명을 이야기했어요. 영주는 잔 다르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잔 다르크가 왕세자를 만날 수 있도록 직접 안내해주기로 했죠.


오를레앙 전투와 샤를 7세의 대관식

잔 다르크가 백마위에 타서 프랑스 군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

1429년 2월, 성녀 잔 다르크는 보퍼르 영주의 호위를 받으며 왕세자가 있는 쉬농으로 향합니다. 당시 왕세자 샤를은 영국군에 밀려 쉬농에 머물고 있었죠. 잔 다르크는 자신이 받은 신의 계시를 샤를에게 전합니다. 그녀의 열정에 감복한 샤를은 그녀를 시험해보기로 해요. 신학자들과 귀족들로 구성된 심사단 앞에서 잔 다르크는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고, 마침내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합니다.

성녀 잔 다르크는 샤를로부터 군대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받았어요. 군복을 갈아입고 짧은 머리를 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젊은 기사를 연상케 했죠. 잔 다르크는 곧바로 오를레앙으로 군대를 이끌고 갑니다. 당시 오를레앙은 영국군에 의해 포위되어 위기에 처한 상태였거든요. 잔 다르크는 병사들을 독려하며 선봉에 섰어요.

1429년 4월, 잔 다르크가 이끄는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둡니다. 포위망을 뚫고 성 안으로 돌입하는데 성공한 거죠. 하얀 갑옷에 성 요한의 깃발을 든 잔 다르크의 모습은 병사들에게 엄청난 사기를 불어넣었다고 해요. 5월 8일, 마침내 오를레앙은 영국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납니다. ‘오를레앙의 처녀’로 불리게 된 잔 다르크는 순식간에 전국적인 영웅으로 떠올랐죠.

잔 다르크는 샤를을 랭스로 모셔가 대관식을 올릴 것을 주장했어요. 신의 계시대로 정통 왕위 계승자임을 만천하에 알리자는 거였죠. 1429년 7월, 드디어 랭스 대성당에서 장엄한 의식이 거행됩니다. 잔 다르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샤를 7세가 왕관을 받아쓰는 순간, 프랑스 왕실은 옛 영광을 되찾은 듯 보였죠. 이로써 잔 다르크는 자신에게 내려진 신의 사명을 완수하게 됩니다.

랭스에서의 승리 후 성녀 잔 다르크는 영국군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계속 이어갔어요. 파리 수복전이 실패로 끝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잔 다르크의 활약 덕분에 프랑스군은 여러 요충지를 탈환하는 전과를 거뒀죠. 그녀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영웅이자, 신의 계시를 받은 성녀로 민중들 사이에서 존경받았답니다.


성녀 잔 다르크의 최후와 400년 만의 복권

잔 다르크가 화형대 위에 올라 묶여서 화형을 당하고 있는 모습
사진: Flickr, patricia m

1430년 5월, 부르고뉴와의 전투에서 잔 다르크는 불행히도 적군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당시 부르고뉴는 영국의 동맹국이었죠. 성녀 잔 다르크는 부르고뉴 영주에게 인계되었다가, 1만 프랑이라는 엄청난 몸값을 받고 영국군에게 넘겨졌어요. 그녀를 향한 영국의 적대감과 복수심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에요.

영국은 잔 다르크에게 이단죄를 씌워 재판에 세웁니다. 1431년 1월부터 6개월간 루아에서 진행된 재판은 영국인 주교의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었죠. 마녀로 몰린 잔 다르크는 모진 고문을 받으며 억울한 혐의를 인정하라는 강요를 당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이 신의 뜻이었음을 끝까지 주장했죠.

결국 잔 다르크는 이단과 마녀라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어요. 1431년 5월 30일, 19살의 나이로 루아 시장에서 화형을 당하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잔 다르크는 마지막 순간까지 십자가를 붙잡은 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짖었다고 해요.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죽음은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슬픔과 분노를 안겨주었죠.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1450년, 샤를 7세는 잔 다르크 재판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교황청에 재조사를 요청했어요. 당시 프랑스는 백년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상태였고, 국민적 영웅인 잔 다르크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거든요. 교황 칼릭스투스 3세는 1455년 11월, 잔 다르크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명령했죠.

잔 다르크 복권 재판은 1456년 파리와 루아, 오를레앙 등지에서 진행되었어요. 수많은 증인들이 잔 다르크의 순수한 신앙심과 높은 도덕성에 대해 증언했죠. 결국 잔 다르크는 누명을 벗고 400여 년 만에 명예를 되찾게 됩니다. 1920년에는 가톨릭 교회에 의해 시성되어 성녀의 반열에 올랐어요.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서 신앙의 순교자로 거듭난 셈이죠.


잔 다르크 여행, 프랑스 역사 속으로

영웅 소녀 잔 다르크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더듬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도레미부터 마지막을 맞이한 루아까지. 잔 다르크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 프랑스 곳곳을 누벼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도 그녀처럼 신념을 갖고 모험을 떠나보면 좋겠네요.

성녀 잔 다르크의 흔적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는 곳은 단연 도레미에요. 지금은 도레미 라 퓌셀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기념하고 있죠. 15세기 농가 모습을 재현한 잔 다르크의 생가와 동상, 그리고 잔 다르크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어요. 잔 다르크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숲속의 교회도 방문해보는 걸 추천해요. 평화롭고 경건한 분위기에 젖어보세요.

오를레앙에 가면 잔 다르크를 기리는 축제에 참여해볼 수 있어요. 매년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리는 오를레앙 축제는 잔 다르크가 이끈 해방 전투의 승전을 기념하죠. 기마상 퍼레이드와 중세풍 가장행렬, 불꽃놀이 같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요. 잔 다르크 동상 앞에서 헌화하고 그녀의 활약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어요.

샤를 7세의 대관식이 열렸던 랭스 대성당은 프랑스 왕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에요. ‘천사의 미소’로 유명한 대성당 정문의 조각상도 놓치지 마세요. 안에는 잔 다르크의 동상과 대관식 때 사용된 성유병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마치 잔 다르크가 환호하는 군중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잔 다르크가 화형 당한 루아에는 그녀를 기리는 성당이 있어요. 생 잔 다르크 에글리즈는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에요. 내부에는 잔 다르크의 일대기를 그린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죠. 성당 광장의 잔 다르크 동상 앞에서 그녀의 용기와 신념을 되새겨보세요. 루아의 구시가지를 거닐며 중세로의 시간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멋질 거예요.

프랑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파리를 빼놓을 수 없겠죠? 루브르 박물관에는 잔 다르크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들이 많답니다. 앵그르의 [잔 다르크의 대관식]은 랭스 대성당에서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해 감동을 주는데요. 화려한 갑옷을 입은 잔 다르크의 숭고한 표정이 인상적이에요. 루브르에서는 잔 다르크의 영웅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을 거예요.

그 밖에도 파리 근교의 생드니에는 잔 다르크 기마상이 있고, 브루아에는 잔 다르크 박물관이 있어요. 박물관에서는 잔 다르크의 갑옷과 무기, 서한 등 다양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죠. 루아에서 파리로 가는 길에 들른다면 프랑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거예요.


마치며

잔 다르크의 동상으로 말 위에 올라타서 검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Flickr, Daniel Jolivet

성녀 잔 다르크는 기적을 믿는 용기와 신념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꾼 영웅이에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소녀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돌리는 순간, 우리는 새삼 개인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것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진실한 믿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우리에게 잔 다르크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도전 정신의 아이콘으로 남아있어요. 성별이나 계급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실천에 옮긴 그녀의 용기는 오늘날에도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들죠.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내면의 잔 다르크를 깨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성녀 잔 다르크의 고향 도레미부터 대관식이 열렸던 랭스와 죽음을 맞이한 루아까지. 프랑스 전역에 흩어진 위대한 영웅의 흔적을 더듬어가 보세요. 그녀가 살았던 중세의 분위기를 느끼고, 신념을 지키려 했던 고뇌를 상상해보는 잔 다르크 여행.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참고로 매년 5월 8일은 프랑스에서 잔 다르크 기념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죠. 프랑스를 방문하신다면 잔 다르크 기념일에 맞춰 오르레앙이나 랭스 등을 여행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분명 특별한 추억이 될 거예요.

독자 여러분, 지금까지 성녀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따라 프랑스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기적을 믿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17살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우리도 잔 다르크처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도전과 모험을 멈추지 말아야겠죠.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끈기만 있다면 못해낼 것이 없답니다.

여러분 안에 숨어있는 잔 다르크를 찾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신념을 갖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모험. 프랑스 여행이 그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꿈을 향한 첫걸음, 성녀 잔 다르크의 고향에서 내딛어 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영웅의 이야기로 찾아 뵐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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